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 5년…평등한 세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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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 5년…평등한 세상을 향해
  • 편집부
  • 승인 2017.09.11 09:55
  • 수정 2017-09-1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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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 박철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전국장
 광화문역 지하보도에는 5년 동안 계속되고 있던 농성장이 하나 있다. 2012년 8월 21일부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어느새 광화문역의 일상 속의 하나처럼 5년 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장애인 당사자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신체적 등급으로만 복지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장애등급제와 기초생활에 대한 복지를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제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생존하기조차 어렵게 만드는 제도다. 그래서 2012년 8월 21일, 10시간 동안 힘겹게 경찰과 대치하며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농성장이 만들어진 후 5년 동안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이로 인해 먼저 하늘로 가게 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장애등급으로 인해 활동보조를 받을 수 없던 시간에 일어난 화재 사고로 김주영 활동가가 세상을 떠났고, 장애등급제로 인해 서비스 신청을 포기한 지우, 지훈 남매도, 아예 활동보조를 받을 수 없었던 송국현 활동가도 화재 사고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 등급 하락으로 기초생활수급권 탈락에 놓이자 박진영 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급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의 이야기는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다. 그렇게 농성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나도 없었던 영정사진이 5년 동안 하나하나 놓이기 시작하면서, 18명의 사람들이 사진 속에서 광화문 농성장을 함께 지키게 되었다.
 5년 동안의 농성장은 2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체험을 하였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당위성을 알리고 정부를 향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를 알리는 투쟁을 진행해 나갔다. 사거리를 막으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렸던 2015년 그린라이트 투쟁은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2달여 동안 꾸준히 진행했고, 그 당시 새로 취임했던 황교안 국무총리 공관을 찾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얘기했던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을 이행하라며 요구했다. 박근혜정부가 현행 6등급인 장애등급을 교묘히 중·경 단순화로 바꾸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할 때는, 다시 아스팔트 바닥을 기어가며 제대로 된 장애등급제 폐지와 박 전 대통령이 아예 언급조차 안 하려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수백만의 촛불이 광화문에 피어오를 때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의 촛불을 든 시민들과 함께 하며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알렸다. 이 때, 촛불 속에 함께 했던 당시는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장애등급제를 폐지시키겠다는 서명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바로 들이닥친 대통령선거 정국에서도 대선 후보를 향한 행동들은 계속되었고, 모든 후보들의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 약속을 받은 후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받을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정부 측에서 우리에게 대화를 먼저 내걸었고, 마침내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월 25일 광화문 농성장을 직접 찾아와 영정 속 넋에게 헌화를 하고, 광화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면담을 하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 정책 등의 ‘3대 적폐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대안을 함께 얘기했다. 그리고 광화문 농성의 주요 의제였던 ‘부양의무제 폐지 위원회’와 ‘장애등급제-수용시설 폐지 위원회’를 농성장에서 목소리 외쳤던 사람들을 포함한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대화하기로 얘기했다. 이에 따라 5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결성 10주년을 맞이하는 9월 5일에 맞춰 그 1막을 내리고, 새로운 2막의 투쟁을 준비하려고 한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투쟁은 5년의 농성장이 사라진다고 해서 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에서 아직 장애등급제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8월 초에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부양의무제 폐지는 그동안 사람들이 외쳐왔던 완전 폐지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완전 폐지도 불확실해 보이는 부분별 폐지의 연속이기 때문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9월 5일 이후에도 새로운 투쟁과 행동을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을 확실히 이행하라며 목소리 외칠 것이다. ‘광화문 농성 시즌 2’의 극한의 상황까지 생각하며 농성장을 5년 동안 지켜왔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존의 목소리를 지키며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할 것이다.
 지난 5년의 투쟁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말고도 여러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지지하고 연대했기에 가능했다. 함께 서명전을 하고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밥으로 연대를 하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광화문 농성은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주요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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