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운행사업, 정부의지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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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운행사업, 정부의지 보여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9.11.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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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고속버스가 지난 10월 28일 국내서 처음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목적으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2005년 1월 제정, 2006년 1월 시행된 지 무려 13년 만이다. 법에는 엄연히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가 규정돼 있지만, 전면시행도 아닌 시범운행에 들어가기까지 정부는 뭉그적대며 무려 13년간 교통약자를 차별해 온 것이다. 시범운행은 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투입된 휠체어 탑승 버스는 서울에서 강릉과 부산, 전주, 당진 등 전국 4개 노선에 10대뿐이다. 버스를 타려면 사흘 전 예매해야 하고, 노선당 하루 두세 편만 운행해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나마 결실을 보게 된 것도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장애인들이 매년 설과 추석명절마다 전국 각지에서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투쟁한 결과인 것이다.

휠체어 탑승가능 고속버스 시범운행 첫날 오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강릉행 버스에 장애인 2명이 처음 승차했다. 시범운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장애인들은 사전 예약해야 하고 비장애인들과 달리 별도의 탑승장에서 일반승객보다 30분 먼저 탑승해야 한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버스 안에서 휠체어를 고정하려면 안전벨트를 3중으로 채워야 하는데 탑승객이 직접 벨트를 맬 수 없는 구조도 문제다. 안전장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통상 고속버스는 휴게소에 10~15분가량 정차한다. 그러나 이 시간에 휠체어 장애인이 안전장치를 풀고 승강장치를 가동해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이번 시범운행에는 시외버스 8000여대 중 10개 버스 회사가 참여해 우등 3대, 일반 7대 총 10대 버스가 투입된다고 한다. 휠체어 이용자는 버스당 2명까지만 탑승이 가능하다. 까다로운 절차에 턱없이 부족한 노선과 좌석수이지만 장애인들은 이마저도 유지되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2020년 본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과연 실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는 것. 시범사업을 위한 올해 예산이 13억4000만원인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할 내년 역시 예산 증액 없이 동일한 예산액이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장애계가 예산 확대와 교통약자편의증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시범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를 대폭 늘려야 한다.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이동권 보장을 명시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은 제정 공포된 당시만 해도 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들도 이젠 그처럼 가고 싶어 그리던 고향에 고속버스를 타고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줬다. 아무 때나 어디에서도 시내버스를 타고 기차를 탈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 수단인 저상버스의 보급률은 저조할 뿐만 아니라 마을버스나 시외버스에는 여전히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하다. 13년이나 늦은 지각 출발이지만 어렵게 시작된 이번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 운행이 단지 시범운행으로만 그치지 않아야 한다. 장애인이동권이 보장되도록 관련법령 정비와 함께 도입노선 확대는 물론 예산 확보를 위한 정부차원의 실행 의지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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