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학대, 탈시설 자립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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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대, 탈시설 자립에 답이 있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9.10.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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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학대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장애인학대 근절대책을 내놓았지만 근절되기는커녕 장애인학대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내놓은 ‘2018년도 전국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만 장애인학대 신고가 3658건이나 접수됐다. 이 가운데 1835건이 학대의심 사례였고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889건이었다. 주목할 점은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일어나는 학대가 27.6%에 달한다는 점이다. 특히 장애인들을 돌보고 학대를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에 의한 학대가 23.1%나 된다는 점은 뭘 의미하는가.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정책결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말로만이 아닌 탈시설과 자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대피해자 중 장애인복지시설(거주+이용)에서 학대를 당한 사람이 27.6%에 이르고 이 가운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학대가 전체의 21.9%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는 실상 장애계 입장에선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시설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항상 일회성 여론 무마용에 그쳤다. 장애인학대는 주로 폐쇄된 장소에서 발생하고 피해자들의 직접 신고가 어려워 장기간의 학대에도 외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아니면 거의 알 수 없다. 어쩌다 내부고발로 시설 내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나 시설이 폐쇄되고 전원조치 돼도 새로 옮겨 간 시설에서도 또 다시 강제노동, 폭행, 성추행 등에 시달리다 그 시설조차 패쇄돼 전원조치 되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원조치 과정에서 시설거주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는 아예 무시되고 관계당국에 의해 강제로 전원된다는 사실이다. 인권침해에 따른 징벌적 행정조치로 시설폐쇄 명령까지 내리면서 정작 이를 집행하는 관계당국이 버젓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한다. 다른 시설로 전원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전원조치라면 강제격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장애인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신체의 자유와 거주의 자유를 침해한 명백한 차별행위이자 불법행위가 아닌가.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시설이 폐지되는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은 시설거주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자립을 원하는 경우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하고 있는데도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시설거주 장애인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격리돼 자신의 삶조차 자신이 맘대로 할 수 없는 통제생활을 함으로써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자기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이것이 장애인학대와 인권침해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계획’ 등 탈시설 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마저 탈시설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늦게나마, 최근 인권위가 국무총리에게 장애인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 수 있도록 장애인탈시설추진단을 구성하고 탈시설 정책방향과 목표, 추진일정 및 예산 등을 포함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장애인학대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고 적극적인 이행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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