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사람)“마음을 보듬어주는 시각장애인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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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사람)“마음을 보듬어주는 시각장애인을 아시나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10.10 10:00
  • 수정 2019-10-1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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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수상한 서울대 동아리 ‘봄그늘’
▲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서예빈(경영학과 2학년), 신혜수(사회교육학과 3학년), 서돈향(언론정보학과 4학년), 김승환(사회복지학과 4학년), 송은빈(경영학과 4학년), 김소은(자유전공학부 3학년), 윤영근(인류학과 4학년)

지난 9월 26일 따뜻한 동행이 진행한 ‘제2회 따뜻한동행 장애인일자리 창출 공모사업 결선 행사’ 현장에서 기자는 대학생 동아리 참가자 두 팀인 ‘한끗’과, ‘봄그늘’ 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 진행된 인터뷰였기 때문에 결선 결과를 알지 못한 채, 다섯 후보팀 중 기존의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가 아님에도 장애인일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대학생들의 활동을 기사화하는 것이 의미있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기자가 인터뷰한 두 팀이 각각 대상과 우수상에 선정됐다. 그들의 열정을 이미 알고 결과를 지켜본 기자였기에 그들의 수상이 더욱 뜻 깊게 느껴졌다. 기자가 직접 들은 젊은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진정성을 들어보자.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 직무제안

 
 서울대학교 동아리 ‘봄그늘’이 제안한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 사업은 이번 공모전을 위해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한 것이 아닌 벌써 3년차 진행 중인 사업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 신림동과 서울대입구역점에 ‘마음모듬 서비스’ 공간을 운영 중이며, 5명의 시각장애인분들이 마음보듬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고 명함을 전해주던 봄그늘의 김승환 매니저(사회복지학과 4학년)는 자신들이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와 비전에 대해 자신감 넘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김승환 매니저는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 사업의 시작은 시각장애인분들이 안마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아시겠지만 시각장애인분들이 활동하시는 직업군이 매우 한정되어 있어요. 간혹 악기를 연주하시는 분들이나 교단에 서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분들은 안마사라는 직업을 갖거나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게 현실이죠. 저희의 사업은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의 전환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민 속에서 ‘대화와 상담’이라는 답을 찾아냈고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다는 장애는 물론, 성별, 나이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평가하지 않고 오롯이 상대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진심을 담는다는 점도 ‘마음보듬사’라는 직업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딱 어울리는 직종이라는 것이 봄그늘의 설명이었다.
 
 서돈향(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는 “저희 사업이 매력적인 건 단순히 시각장애인분들을 위한 사업이 아닌, 마음보듬사를 통해 상처를 치유 받고 희망을 얻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에요. 많은 기사와 주변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우울증 등 몸이 아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참 많잖아요. 그런데, 병원을 찾거나 전문상담센터를 방문하기에는 주변의 시선과 비용이 부담스러워 엄두를 못 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저희는 이처럼 마음 보듬이 필요하신 분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봄그늘팀이 그간 180여명의 내담자들과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들에게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쪽 다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내담자들의 경우 “시각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진실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또 병원 등을 찾았을 때 느꼈던 ‘평가’받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아 만족감이 더 높았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들은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무엇보다 장애인으로서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컸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긴 시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축하기 위한 봄그늘의 노력은 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개발원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장애인고용공단과 개발원에서 저희 사업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한 상태예요. 고용개발원의 직업영역개발부와 협력해 공단 차원의 마음보듬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으며, 향후 마음보듬사 5인의 상시근로(월60시간)가 이루어질 경우 서울맞춤훈련센터에 정규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이 개설될 계획입니다. 이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마음보듬사분들도 공단의 관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김소은(자유전공학부 3학년) 씨는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기업 등에 시각장애인 안마사분들을 파견하고 있잖아요. 그러한 방식으로 직장인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돕기 위한 마음보듬사를 기업에서 채용하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시각장애 마음보듬사의 활동 환경이 넓어지길 바라고 있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성을 살려서 직업을 고르는 것이 아닌,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복지라고 생각한다는 봄그늘팀.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진행 중인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 사업은 아픔을 나누고 싶은 내담자는 물론 시각장애인 당사자,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보듬는 사업이 아닐까.
 
 일을 추진해 나가는 열정만큼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는 6명의 마음보듬사, 봄그늘팀의 내일을 응원한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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