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소득보장과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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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득보장과 기본소득
  • 배재민 기자
  • 승인 2019.09.20 09:26
  • 수정 2019-09-20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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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연금법이 시행된 지 근 10년이 되어간다. 장애인 기초급여액은 지속적으로 인상되었고, 장애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현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관련 공공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9%임에 불구하고 한국은 0.6%로 OECD 평균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는 35개국 중 33위다. 장애인가구 월 평균 소득을 보면 전체 가구에 비해 소득이 월등이 적고 3년간 증가 폭도 작다. 중위소득 증가폭은 장애인가구가 조금 더 높지만 미미한 수치다. 나라의 5%가 장애인인데 장애연금을 타는 사람은 7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선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주최 및 주관, ‘장애인 자립생활 모델 창출과 소득보장체계 개선’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9 정책과대안포럼 정책토론회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각양각색의 주장들이 제시됐다. - 배재민 기자

 

 장애인소득보장 강화 필요성엔 공감…기본소득 실효성엔 이견 

 ∎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 없이 지급하는 소득이다. 이는 개인의 재산유무, 노동유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된다.

1970년대부터 유럽에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0년이 되어서야 논의가 확산되었다. 유럽연합 의회는 소득 하위 40%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으며 현재 북유럽 국가에서 다양한 방안과 시행을 논의 중에 있다.

 

▲ 김찬휘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 장애인보장소득도 함께 늘어날 것”

∎김찬휘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김찬휘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은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장애인을 위한 증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항상 예산문제가 거론되지만 담당자는 예산이 부족하다. 쓸 수 있는 돈의 재원이 고정되어 있으면 예산을 늘리기 어렵다. 고정된 전체 규모 예산에서 장애인 예산을 늘리려면 다른 예산을 줄여야 하니 다른 예산과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그래서 획기적으로 예산을 늘리기 어렵다.”고 말하며 “전체적 재원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이다.”고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기본소득에 대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사람이 똑같은 액수를 받기에 모두의 권리를 확인하는 소득보장이 된다. 다른 수당들은 장애인, 미혼모, 농민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시혜를 주는 형식으로 포장되어 있다. 수당을 받으려면 자신이 어렵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니 낙인효과가 되며 받는 사람도 굴욕감을 느낀다.”라고 현 복지체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김 부소장은 “국민 모두를 위한 혜택이 돌아오는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증세는 어렵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는 게 국민 전체가 이 제도를 지지하게 되는 정책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소득 기여금을 걷고 기본소득을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의 중요성과 공감대가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는 장애인 복지예산의 증액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며 기본소득이냐, 장애인보장소득이냐의 양자택일이 아닌 기본소득이 생기면 장애인보장소득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고 했다.

 

▲ 이승주 성공회대 연구교수

“실효성에 대해 더 구체적 논의를”

∎이승주 성공회대 연구교수

이승주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기본소득 논의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주장들에 뜬구름 잡는 말들이 많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기본소득을 실질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로서 뜬구름에서 어떻게 합의점을 이끌어야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세를 올리는 것으론 중위소득 수준에 있는 개인들까지 혜택은 받지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기본소득을 애기할 때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가 빠지면 안 된다. 한쪽에선 늘 예산을 올려 달라고 하고 한쪽은 늘 예산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고려 안 하고 ‘단순히 얼마를 주면 다들 잘 살 거야’라는 두루뭉술한 설명들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만약 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면 대략 185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1년 복지예산이 2019년 기준 162조다. 이마저도 정부는 많이 올랐다고 말한다. 당장 185조 세원 마련을 해서 단일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국민들이 과연 이 부분에 공감을 할까? 효과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말고 비용편익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를 말하지 않는 건 근거가 없는 것이며 센세이셔널 한 이슈밖에 되지 않는다.”고 예산 확보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은 기본소득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말하며 “실효성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논의를 발전시켜 진행해야 한다. 지금 사회복지 시스템의 보완책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할 필요성은 있지 않을까? 다른 국가들처럼 조그맣게 실험해서 입증되면 조금씩 분산해서 확대하는 방향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아직 기본소득이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암시했다.

 

▲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홍보실장

“기존 소득보장 보완하고 새로운 소득보장 돼야”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홍보실장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자신을 이상주의자로 지칭하며 “기본소득을 통한 소득보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다만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현황을 보면 기본소득 가지고 우리나라 장애인 소득보장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먼저 “기본소득은 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가?” 하고 질문하며 “기본소득의 목적이 적절한 삶을 보장하는 데 있다면 기준이 최저생계비인지, 최저임금인지 객관적 근거가 필요하다. 또한 적절한 삶은 평균임금인지 한 사회의 중위소득인지도 명확치 않다. 어떤 것이 기본소득인지 명쾌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기본소득은 장애인의 탈노동화를 가능하게 하는가?”는 의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나라 현재 장애인 취업률이 2018년 기준 36.5%다.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25%다. 평균 소득은 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장애인에게 노동은 끊임없이 요구된다. 하지만 노동을 하게 된다면 기초수급에서 탈락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기본소득이 끊을 수 있을까? 생산적 복지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탈노동화는 국민저항이 따를 텐데 거기에 대한 반박논리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 실장은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은 기존의 장애인 소득보장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보며 “보편적 소득보장제도로서의 기본소득은 빈곤층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한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 현재의 기초생활수급제도에서 제공하는 각종의 급여 제공 없이 기본소득 현물 급여만으로 기본적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여를 전재로 한 노동중심의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만큼 기본소득이 기존의 소득보장체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소득보장 방안이 되었으면 한다. 다만 현물지급 방식의 기본소득이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보장이 설계되어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안적 소득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하기에는 고민할 부분이 많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마무리했다.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장애인기본소득으로 재구성해서 요구해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장애인연금제도가 들어온 지 1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 정체되어 있고 기초연금이랑 묶여 있다. 기초연금의 하위제도여서 장애인연금제도를 공론의 장으로 올리는 게 어렵다. 기본소득을 장애인기본소득이라는 새 옷으로 요구를 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물으며 대안을 제시했다.

오 위원장은 현재 장애인 소득보장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현재 장애인소득보장제도는 한정된 예산에 맞춰 운영된다. 장애인연금도 노동의 어려움으로 인한 소득보장이 아니라 중증장애인 중 70%에게 기초연금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에 갇혀 있다. 이에 장애인연금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담론과 결합하면 요구강도가 명확해지고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이론적으로 기본소득은 재분배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로 선별복지의 한계를 얘기한다. 하지만 기존의 모든 복지가 다 선별복지가 아니다. 기본소득이 가지고 있는 미래지향적인 구상은 좋으나 현 정책시점에서 어떠한 정책적 대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이 들어오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장애인연금의 액수가 올라가지 않는다는데 이제 생긴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에는 사회수당이란 제도 자체가 없었다. 기본소득이 아니면 증세정책이 실패한다는 주장은 틀릴 수 도 있다. 기본소득 없이도 증세정책이 성공한 나라도 많다. 장애인연금을 장애인기본소득으로 재구성해서 요구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기초연금하고 선을 긋는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독특한 동질성을 가진 수당으로 주는 것이다.”며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중증장애인은 소득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장애인기본소득이라는 이름하에 기초연금에서 벗어나 운동을 한다면 장애인소득보장에 훨씬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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