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행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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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행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의 첫걸음
  • 홍상희/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조합원
  • 승인 2019.08.09 09:22
  • 수정 2019-08-1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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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희/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조합원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세계 최초의 ‘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 한국에서 출범되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의 어느 대학에서는 입학원서에 ‘장애인 사범대 지원불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막연하게 또 당연하게 ‘장애인은 선생님이 될 수 없으니까.’라고 생각하던 때다. 2007년 교원임용고사에 장애인 구분모집이 도입된 후 다양한 장애유형의 교사들이 교단에 섰다. 동료교사들은 장애인교사를 어떻게 또 얼마만큼 배려해야 할지 몰라 어려워했고 학생들은 난생처음 접하는 장애인선생님을 만나면서 당황했다. 

 
 장애인이 교단에 선 지 어느덧 10여년이 훌쩍 넘었다. 그간 수많은 장애인교사들이 현장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고군분투했는지를 장애인교원노동조합 출범이 말해주는 듯하다. 
 
 학생들이 놀리고 모욕감을 주는 것은 참을 수 있다. 교육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장애인의 동등한 인권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가르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동료교사들로부터의 차별과 의도하지 않은 모욕감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다양한 분야에 장애인을 고용하면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예산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비장애인을 고용하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쓸데없이 쓴다는 것이다. 또 한쪽에서는 부족한 걸 뽑아줬으면 고마운 줄 알고 조용히 다녀야지 시끄럽게 목소리를 낸다며 불편한 기색을 표하기도 한다. 모두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이 틀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제 겨우 10여년이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의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아직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기에 또 누구나 갈 수 없는 길이기에 더 그렇다.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의 역량을 키워 1정 연수(1급 정교사 연수)에, 관리자 연수에, 더 나아가 각급 학교에 ‘장애교사 바로 이해하기’ 과정도 요구할 수 있고 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조는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지금도 학교에서는 해마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그것은 말 그대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이다. 그 교육 안의 장애인은 먼발치에 혹은 강사의 P.P.T. 속에 존재하는 장애인이다. 당장 내 옆에 장애인 동료교사가 있지만 그를 나의 동료로 받아들이고 그의 불편함을 이해하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현장 속의 장애인교사가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일반 명사로서의 ‘장애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유명사로 존재하는 내 동료로서의 장애인교사를 바로 보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존재하는 장애인교사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그것이 더 이상 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또, 후배들의 교직생활 적응을 기간제 교원에게 줄 것이 아니라 신규 교사연수를 통해 장애인교사가 직접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는 장애인교사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기간제 교사를 +α로 배치하고 있다. 물론 장애인교사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교육청의 일방적인 결정이었음은 물론이다. +α의 기간제 교사는 신규교사의 학교생활 적응에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을까? 아니 도움을 주기나 할까? 기간제 교사와 함께 근무해야 하는 장애인교사 당사자가 느끼는 것은 도움은커녕 위협일 뿐이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 ‘배려를 가장한 배제’를 부추기는 학교문화다. 보조의 개념으로 들어온 기간제 교사가 정규교사를 제치고 동의나 보고 없이 일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장애인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임용고사를 통해 선발된 이들이다. 그렇다면, 국가에서는 그들이 일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필요한 도움이다. 동등한 교사로, 동료로 아이들 앞에, 교사들 사이에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교사들은 학교 안에서의 수업과 업무만이 아니라 학교 밖의 더 많은 영역에서도 능력을 키워야 한다.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닌 장애. 그러나 기꺼이 나의 것으로 함께 가고자 하는 이들의 행복한 동행,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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