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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수용자 중심’이라더니

기사승인 2019.07.05  09: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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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장애등급제가 7월 1일부로 도입 31년 만에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새 제도가 시행됐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은 기대와 달리 불안과 우려가 크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라고 하지만, 장애계는 진짜 폐지가 아닌 꼼수라고 지적하며 진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토록 장애등급제 폐지를 원했던 장애계가 새 제도 시행에 부정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등급제 폐지에 따라 중증장애인뿐 아닌 모든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서비스 등을 받게 된다지만, 등급제 하의 인정조사 대신 새로 도입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종합조사)’로 인해 활동지원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개별 장애인의 어려움·사회적 환경 등을 고려해 ‘수요자 중심’ 지원 체계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말이 ‘수요자 중심’이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지원체계를 고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서다. ‘수요자 중심’이 되려면 수요자인 장애인들이 필요한 만큼 서비스가 지원되고 원하는 사람 모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새 제도를 뜯어보면 정부의 주장은 빈말에 가깝다. 복지부는 종합조사 방식을 적용하면 활동지원서비스의 월평균 지원시간이 현행 120시간에서 127시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장애인 2520명을 대상으로 종합조사 기준에 따라 모의평가를 한 결과는 다르다. 오히려 34.4%(867명)가 현재 받고 있는 활동지원 시간보다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수요자 당사자인 장애계와 정부 측의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게다가, 복지부는 새롭게 활동지원을 받는 장애인이 올해보다 6천~7천명 늘어나 전체 수급자가 8만8천명이 될 것으로 보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활동지원 신청 대상인 만 65살 미만 장애인 136만여명 가운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19만5천여명에 달했다. 10만여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여전히 활동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통계다. 이런데도 정부가 ‘수용자 중심’이란 말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중증과 경증으로 나눈 새 제도도 정부의 행정 편의를 위해 장애등급제 하의 6등급을 2등급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 중증 경증 분류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종합조사표가 장애유형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정부는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종합조사표 문제의 핵심은 15개 법정 장애유형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나의 종합조사표로 장애정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장애계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밀어붙였다. 복지부는 향후 3개월 안에 활동지원제도 관련 고시개정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1년 안에 제도 개선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스스로 제도의 문제점을 자인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장애계의 입장은 한결같다. 예산 반영 없는 등급제 폐지는 정해진 예산으로 알아서 나눠 먹으라는 것이고, 새로 도입된 조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수용자 중심’ 정책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임우진 국장 handicapi@korea.com

<저작권자 © 미디어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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