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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마술단의 몰락 그러나…

기사승인 2019.06.07  09: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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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존/수원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여전한 편견이 있다. 그 연원은 어찌 보면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과 교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장애인복지 전공자로서 나는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 형성에 기여해야 하고, 그 하나의 전략으로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장애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해 줘야만 한다.

 
 장애인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장으로서 마술을 생각해 왔었다. 장애인이 마술공연을 하고 아이들이 이 공연을 본다면 마치 ‘마술’처럼 편견은 없어질 거라 기대하면서. 
 
 마침내 몇 해 전에는 지적장애 십여 명 그리고 시각장애 한 명을 선발해서 마술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마술이란 어찌 보면 교묘한 눈속임이다. 한데 지능이 다소 모자라는 지적장애인 그리고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마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툰 마술일지언정 이를 매개로 아이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것이 우선되는 목적이었다. 
 
 힘든 교육 끝에 장애인마술단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성남의 한 어린이집, 십 수 명의 아이들을 앞에 두고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 진행 중 한 아이의 지적이 있었다. “나 저거 알아. 어디로 넘기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영악한 한 친구가 눈속임의 비밀을 까발린 것이었다. 어찌할 수 없는 스포일러였다. 공연하던 지적장애인 마술사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나치게 긴장했던 친구였는데 스포일러의 개구진 한마디에 완전히 마비되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공연을 마쳤지만 그 친구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후 후속 공연을 못 할 정도로 마술단의 사기는 저하되었다. 단장으로서 내 고민이 시작되었다. 스포일러를 방지하며 아이들이 순진하게 마술 세계로 빠져드는 전략을 찾아야만 했다. 한데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더 나이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연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얄팍한 계략으로 이후 공연이 기획되었다. 한층 더 어린 관객들은 순진하게도 마술사의 눈속임에 충분히 현혹되었다. 그리고 공연 마술에 대해 그저 감탄사를 연발했다. 심지어 한 아이는 시각장애인 마술사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자며 손을 내밀기도 했었다. 
 
 성공적으로 공연이 종료된 이후 난 장애인마술단을 계속하기 위해 후원처를 개발하고자 했다. 중앙부처, 경기도, 전문기관 등에 그동안의 성과를 이야기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모두 허사였다. 장애인 마술, 시작은 했지만 종내 계속하지 못했던, 나의 끈기 없음에 그저 아쉬웠던 하나의 기억으로만 남았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모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한데 너무도 익숙한 한 친구가 마술을 공연하고 있었다. 가장 초보의 마술이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기에 지켜보는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공연 이후 진행자가 물었다. “마술은 어디서 배웠냐”고. 그는 “오래전 한 기관에서 장애인 대상의 마술교육이 있었는데 그때 배웠다.”고. 그는 내가 단장이던 그 마술단의 단원이었다. 방송에서는 그의 바람도 소개되었다.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 마술사로서 마술을 계속하겠다. 그리고 신체 분리의 마술을 배우고 싶다.” 마침 패널로 출연한 유명 마술사가 멘토로 마술을 가르쳐 주기로 약속도 했다. 
 
내가 시작했던 일, 주변의 지원이 없어 중단했던 일. 그 일을 나의 클라이언트였던 친구가 외로이 계속하고 있었다. 든든한 친구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편집부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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