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먼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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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먼저인가?
  • 배재민 기자
  • 승인 2019.03.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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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장애인활동지원 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무력한 개인과 복지의 시스템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내 머릿속을 맴돈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지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권리다. 하지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그렇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환경에 대한 고려와 필요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인의 지역사회 삶의 수준과 생존의 문제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판정과정에 당사자는 철저하게 소외되는 환경”이라고 말한다. 서비스 지원을 받기위해서 자신의 무능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장애인들의 무능(?)은 점수가 되고 등급이 된다. 개별적 인간이 아닌 시스템이 만든 등급의 개체로 살아야 한다. 등급은 그들이 얼마나 밑에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사회 안전망이 되어야 할 시스템은 낙인이 된다. 형펑성은 모든 걸 포장하고 예산은 변명한다. 제도는 폭력이 되고 인간은 통계를 위한 숫자로 소비된다. 그렇게 국가는 리바이어던(구약성경의 바다괴물)이 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맞춤형 복지인가?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인간적인 삶.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 돌아 갈 수는 없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원들의 모멸적인 질문은 용납될 수 없다. 최소한의 존중은 필수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유서가 된 항소문에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중략)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라고 썼다. 맞는 말이다. 그의 항소문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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