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만 ‘특수교육기관’ 인정하는 특수교육법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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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만 ‘특수교육기관’ 인정하는 특수교육법 개정 필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3.08 13:15
  • 수정 2019-03-08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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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유아의 의무교육을 보장하는 내용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이 공개됐다. 장애영유아 보육․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가 주관한 이번 공청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사단법인 두루 소속 엄선희 변호사는 “장애유아 의무교육이 보장되려면 특수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유아 3만8274명 중에

5186명만 유치원 의무교육

7~80%가 의무교육 못받아 

장애유아의 의무교육 권리는 ‘교육기본법’, ‘특수교육법’에 구체화돼 있다. 현행 비장애아동은 교육기본법 제8조에 따라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다. 반면 장애유아의 경우 특수교육법 제3조에 따라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 과정의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다.

특히, 특수교육법 제1조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적 요구가 있는 사람에게 통합된 환경을 제공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장애유형․장애정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실시해 이들이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을 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과는 달리 대다수의 장애유아는 제대로 된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육부의 ‘2018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특수교육을 받는 특수교육 대상 유아의 수는 특수학교 내 유치원 944명, 유치원 특수학급 3,058명, 유치원 일반학급 1,628명 등 총 5,630명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의 보육통계를 살펴봐도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보육대상자인 장애유아 3만8274명 가운데 유치원에서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유아는 5186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어린이집에서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영유아는 1만1872명,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유아는 2만1216명으로 나타났다.

이날 ‘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우석대학교 김윤태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결과에 대해 “장애유아에 대한 의무교육 시행을 위한 제반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꼬집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의무교육을 규정한 제1장 제3조(의무교육 등)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규정에서도 장애를 갖고 있는 유아를 위한 의무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과 정책을 찾을 수 없다. 국공립유치원만으로는 의무교육을 감당할 수 없는 명확한 현실을 알면서도 정부가 그 책임을 방기하고 어린이집에 그 책임을 미루고 의무교육을 간주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적폐구조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금이라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장애유아 의무교육 관련 국가의 책무와 의무교육 주 시행기관인 보육기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규정해 장애유아 의무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온 사단법인 두루의 엄선희 변호사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내용과 취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엄선희 변호사는 위에 언급된 복지부와 교육부의 통계에 대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관할 부서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있어 정확한 통계를 찾기 어렵지만 두 가지의 통계와 조사를 바탕으로 대략 계산한다고 해도 장애영유아의 7~80%는 실질적인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유아의 경우 원칙적으로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 받은 후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제공받아야 의무교육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지금의 법‧제도가 유지된다면 시간이 아무리 지난다고 해도 특수교육기관의 절대적 부족으로 장애유아의 의무교육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유아의 의무교육 보장을 규정하는 특수교육법을 개정해 근본적인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어린이집, 특수교육에 관한

국가 지원 받을 근거 없어

실질 의무교육, 법개정 필요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을 특수교육기관으로 보지 않고 있다. 다만, 특수교육법 제19조 제2항 단서를 통해 만3세부터 만5세까지의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정한 조건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유치원 과정의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간주’라는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 때문에 어린이집에 다니면 의무교육으로 ‘간주’는 되지만 어린이집이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동법에서 정하는 특수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어린이집을 지원할 근거나 이유가 없게 된다.

엄 변호사는 “이처럼 현행법으로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해 국가가 의무교육을 실시할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책임을 묻기 어렵다. 보호자의 의무와 관련해서만 어린이집을 의무교육기관으로 인정해줄 뿐 의무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상기관으로 보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의 관할은 보건복지부, 유치원 관할은 교육부로 나눠져 있는 상태여서 어린이집에서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되는 장애유아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지원을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특수교사 수급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장애유아와 가족에게 돌아가기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특수교육법 개정안은 제2조(정의) 제10호에 단서조항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유치원에 준하는 특수교육기관으로 보는 규정을 만들고 제19조(보호자의 의무) 제2항의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 의무교육 대상인 장애유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장애유아에 대한 의무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번 사안이 교육부와 복지부의 관할과 예산분리가 끼어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모든 장애유아가 기본적 인권으로서 교육 받을 권리를 제대로 누리도록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권, 헌법이 인정한 기본권

법개정 예산 400~600억 예상 

이어진 토론회에서 전북대학교 법학과 신옥주 교수는 “특수교육법 제19조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특수교육이 실시된다는 규정이 없고 특수교육법상 특수교육 관련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될 여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것으로 의무교육을 받는다고 간주함으로써 장애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엄선희 변호사의 발제내용에 동의하고 법안에 통합교육원칙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시정2과 조사관은 “본질적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문제는 보육과 교육이 통합되면 해결될 사안이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권이 인간의 기본 권리인 만큼 꼭 해결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발제자가 발표한 특수교육법 개정안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나라살림연구소 이왕표 부소장은 이러한 법 개정으로 추가될 예산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유치원과 같이 어린이집에도 장애유아를 위한 특수교육 지원이 된다면 특수교사 인권비와 운영비, 교구비, 통학비 등의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

이에 대해 이 부소장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한 예산은 400~600억 원이다. 이 부소장은 이처럼 예측을 밝히며, “추가로 소요될 예산이 엄청난 예산은 아니고, 충분히 정부의 능력 범위 안의 예산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것은 돈 문제가 아니라 몇 천억 원이 들더라도 필요한 지원인 만큼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장애영유아에 대한 통계부터 이루어져야”

김광백 /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 김광백 /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광백 사무국장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영유아에게도 유치원과 같은 지원이 있어야 함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장애영유아들의 통계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영유아가 몇 명이고 어느 지역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짐작만 할 뿐 정확한 통계 자체가 없다. 우선 통계가 있어야 지역별, 장애유형별, 나이별로 어떠한 서비스와 교육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텐데, 첫 단추부터 불안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김 사무국장에 의하면 장애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유치원보다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것에 높은 만족감을 표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유치원보다는 ‘돌봄’을 중점으로 하는 어린이집이 장애영유아의 특성에도 맞고 보육시간 등도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국공립유치원을 제외한 사립유치원은 통합반이나 장애영유아반을 운영하는 경우가 드문 만큼 어린이집에도 유치원과 같은 지원을 해줌으로써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과 특수교육법을 일원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영유아당 교사 비율을 6:1로 두고 있다. 하지만 특수교육법에는 4:1의 비율을 명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교사 1명이 교육해야 할 아이가 많을수록 교사의 부담도 늘 뿐더러 교육과 보육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특수교육법 상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집에서는 장애아이를 받는 것이 힘들 뿐 아니라 근무하려는 교사도 많지 않다. 또한 어린이집의 경우 장애영유아 교사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3명의 아이가 구성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어린이집에서는 입학상담을 원하는 학부모에게 3명을 모아오시라는 무언의 요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렇게 3명의 아이를 모아왔다고 하더라도 정작 지원은 1년 후부터 이루어진다. 이렇다보니 누가 장애아이를 적극적으로 받으려고 하겠나.”

마지막으로 장애영유아들이 보육과 교육에 대해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부모들이 병원이나 기관에서 장애판정(진단)을 받고 나면 그 뒤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연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내 아이에 맞는 보육과 교육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비용과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발품을 팔아야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 특수보육, 교육에 대한 홍보 팸플릿을 배치해 아이가 진단을 받고 난 뒤 부모들이 다음으로 어느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나, 각 지역 교육청마다 이에 대한 관리와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한 예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원아모집 기간이 다른데, 어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몇 명의 장애영유아를 받는지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보니 모집 시기를 놓쳐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장애영유아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장애인복지법과 특수교육법의 일원화, 장애영유아를 위한 정보제공 이 세 개가 모두 하나의 사이클로 돌아가야지만 장애영유아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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