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 사회의 구성원, 당당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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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사회의 구성원, 당당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 편집부
  • 승인 2018.09.20 09:45
  • 수정 2018-09-20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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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주/서울장애여성인권연대 대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권리를 찾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상은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다양한 민족, 성별, 장애유형을 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부분의 사회는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으로 구성되고, 시민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결코 다양한 계층의 삶을 다 이해하고 정책을 만들기는 쉽지가 않다. 
 
 결국 다양한 욕구와 삶의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 무엇이 필요하다고 외쳐야 하고, 그게 잘 반영이 되었는지 또한 지켜봐야 한다. 한국에서 장애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어야 한다. 특히나 장애를 가진 엄마는 이중, 삼중의 힘겨움과 싸워야 한다. 성차별적이고 성역할이 고착화된 문화 속에서 무성적 존재로 치부 당하고, 임신을 하면, 가족의 반대와 의료진의 부당한 시선 등을 견뎌내야 한다. 그 몸에 애기는 낳아서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 부정당하는 모성을 경험하게 되면 가슴이 무너지는 것이 장애를 가진 엄마들의 마음이다.
 
 내가 무슨 이상한 욕심을 부리고 잘못된 삶을 사는 것인가라는 스스로의 자책을 경험하게 만드는 분위기에 오롯이 한 생명을 잉태한 신비로운 경험을 축복받아야 하나 그러지 못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엄마들의 바람을 그저 평범하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이를 임신하고 낳는 과정을 존중 받으며, 필요한 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것은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삶의 조건일 뿐인 것이다.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고, 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정책과 행정을 집행하는 기관은 잘 반영시켜야 하는 것이다. 
 
 장애가 하나의 현상이란 관점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부족한 현실을 인지하고, 제반 환경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장애를 가진 엄마는 아이를 키우는 그 자체가 몹시도 버겁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양육과 육아의 버거움은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장애를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장치가 마련되어 그 힘겨움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인간답게 살 권리, 행복하게 살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엄마들이 무엇이 힘든지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장애가 있으니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장애가 있지만 나는 부모고 엄마이며,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권리이며, 당연히 이 사회가 만들어야 할 보편적 권리가 되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육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며, 장애, 비장애를 떠나 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인 것이다. 그 와중에 장애를 가진 부모의 육아문제는 당연히 장애유형과 정도에 맞게 육아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하며, 지원되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놀기 어려운 놀이터, 휠체어를 타고 어린이집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원장, 학교 예술제, 운동회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참여하기 어렵다. 장애유형에 맞는 매뉴얼이나 설명이 없어서 참여하기 매우 힘들다. 어린이집, 유치원 공개수업에는 테이블이 낮아서 휠체어를 탄 부모는 참여하기가 힘들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학교는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하여 아이의 교육권을 침해한다. 장애를 가진 부모의 자녀가 학교 행사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육권이 침해받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장애를 가진 부모는 아이의 입학, 졸업에 가지 않으려 한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차별과 놀림을 받을까 봐 내 아이와 찍은 입학, 졸업사진 한 장 없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에서 사는 장애를 가진 부모의 현실이다. 
 
 이 현실을 깨기 위해서는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아이를 위해서 뒤에서 숨지 말고 당당히 권리를 말하고 요구해야 세상이 변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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